
5분(만) 쉬었다 가기. 여기서,만이라도- .....조차 쉽진 않지만. T a k e F i v e.egloos.com - 업뎃은 기대마시고 그저. by 시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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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이었지, 아마. 갈까, 말까, 사실 많이 망설였었다. '지난 여름에도 봤잖아, 그때랑 별 다를 게 없을 텐데 뭐하러', 그러다가도, '아냐, 그래도 이번엔 좀 다르지 않을까? 일단 장소부터가 다르잖아', '맞아, 실은 지난겨울에도 거절했다가 후회했잖아'....... 역시나 '옛정'이라는 게 있는지라, 모른척할 수만은 없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그만 테이블 위에는 따뜻한 커피가 준비돼있었고, 푹신한 쇼파 옆엔 가지런히 기타가 세워져있었다. 역시 음악 없인 못 사는 그답게, 한쪽 구석에 피아노와 키보드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에 아기자기한 커텐까지 드리워져있어, 남자 방 같지가 않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방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는데, 문소리가 나더니, 그가 들어왔다. 간편한 운동복 차림에, 한 손엔 수건을 들고서, 활짝 웃고 있던 그. 그는 매우 반가운듯 수건을 머리 위로 빙빙 돌리며 저벅저벅 걸어왔다.
나는, 뭐라고 인사를 건네야 할지 몰랐다. 그저 내 옆의 사람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것밖엔. (계속...) 그렇게 시작됐다, 이적의 Sitting Concert... <적군의 방>2004.04.16 p.m.07:30 폴리미디어시어터 'Sitting' 콘서트라는 컨셉은 어찌 보면 이적과는 잘 안 어울리는듯도 했다. 물론 그는 나름 '발라드 가수'로서 대중들에게 알려져있지만(패닉의 '달팽이'로부터 시작해서, 1집 타이틀 'Rain', 2집 타이틀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등), 그의 팬들에겐 그의 콘서트장에서 '앉아' 있었던 기억은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긱스 활동을 하면서부터 그가 불렀던 노래들은 (긱스 1집의 제목들을 보자ㅡ'노올자', '랄랄라' ...제목부터 감이 오지 않는가) 절대 앉아서 듣고만 있을 수는 없는 곡들이다. 우선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 자신부터가 공연 내내 '방방' 뛰고 있으니, 팬들도 따라 뛸 수밖에. (사실 노래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긱스 시절에는 물론이고, 솔로 2집을 내고 나서 가졌던 그의 첫 단독 콘서트 <경2적>에서도, 그와 그의 팬들은 열심히 '뛰었다'. 그랬던 그가, 'Sitting Concert'를 한다니 궁금한 마음에서라도ㅡ살짝은 기대도 하면서ㅡ예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경2적> 콘서트는 그의 '첫' 단독 콘서트였던 만큼 무대 규모도 컸고, 솔로 앨범 두 장을 포함해 패닉, 카니발, 긱스를 거쳐온 그의 화려한 이력을 총망라하는 무대였기에 독립된 개체(?)로서 '이적'만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다소 모자란ㅡ물론 콘서트 자체는 꽤 훌륭했으나 그만이 가진 개성을 보여주기에는 다소 아쉬운ㅡ감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소극장 공연'이 있을 거라는 정보를 입수했을 때 나뿐만 아니라 많은 팬들이 매우 큰 기대를 했다. 아담한 소극장 콘서트 "노래는 앉은 채로만 부를게요."그의 콘서트에서 과연 앉아만 있는 게 가능할까, 고개를 갸우뚱하던 팬들은ㅡ콘서트를 가기 전 우선 '체력 단련'부터 하던 그들이었으니ㅡ'Sitting Concert'의 숨겨진(?) 뜻을 알고는 더욱 의아해했다. 'Sitting Concert'라 함은 관객들만 앉아있는 콘서트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이적 자신도 '앉아서 노래를' 부르겠단 뜻이었다. 콘서트 내내 가수가 앉아서만 노래를 부른다? 최소한 '발라드 가수'도 노래는 서서 부른다. 공연 도중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거나 가끔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 앉기는 해도, 콘서트를 하는 동안 '계속 앉아서' 노래를 부르겠다니, 지루하지 않을까? 가수가 한 곳에 앉아서 움직이지도 않으면, 무대가 너무 썰렁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은 적어도 그의 팬들에겐 필요가 없었다. 그가 누군가, 다름 아닌 '이적' 아닌가. 걱정이라기보단 오히려 호기심과 기대감을 잔뜩 품고서 '그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의 풍경은 앞에서도 설명했듯, 그야말로 '적군의 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쇼파도 있고, 테이블도 있고, 카페트도 깔려 있고, 커튼까지. 게다가 그에겐 제일 중요한, 피아노(와 키보드)와 기타까지 있으니, 영락없는 그의 작업실이다. (나중에 보니 '자전거'까지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에, 커피까지 마련해놓았으니, 먼저 와서 기다리게 한 것만 빼면(?) 훌륭한 손님 맞이다. 게다가, 주인이 직접 노래까지 불러주니, 어디 가서 이만큼 완벽한 대접 받기도 힘들다. <몽상적>(夢想笛)의 '夢'상인(몽想人) 게시판(workshop)에 voice님께서 올려주신 사진적군은 화려한 조명이나 음악 없이 조용하게ㅡ그러나 손님들의 열렬할 박수를 받으며ㅡ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곧장 건반 앞에 앉아 경쾌한 노래로 인사를 대신 했다. 손님들은 이내 적군의 방에 익숙해져, 여기가 자기네들 안방인 마냥 다같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러는 사이 왜 이번 콘서트가 'Sitting Concert'여야만 하는지를 깨달았다. '자기 방'에 놀러온 친구와 수다 떨면서, '서서' 얘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적군은 "작업실에 혼자 앉아 곡을 처음 만들 때처럼" 편하게 노래 부르겠다며, 항상 혼자였던 작업실을 찾아준 손님들을 반갑게 환영했다. 건반을 두드리며, 혹은 기타를 치면서 즐겁게 노래하는 적군. 앉아 있었지만, 노래를 부르면서 혼자 '정말 신이 나서 죽겠다는 표정'은 여전했다. 손으로는 악기를 연주하고, 발로는 박자를 맞추며, 온몸으로 리듬을 타면서, '표정'으로 노래하는 적군을 보고 있자니 따라서 흥이 안 날 수가 없다. 혼자서도 저렇게 즐기면서 곡을 만드니, 그 곡을 듣는 사람들도 신이 안 날 수가 없지. 무대에서 잠시도 가만있질 못해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고, 빙빙 돌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던 예전 모습ㅡ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까지의 엑스타시/오르가즘/수퍼액션 공연"ㅡ과는 또 다른 매력. '열정'은 그대로였으나 예전보단 부드럽게, 땀흘려가며 뛰어다니지 않고 마음껏 여유 부리며 다정한 얼굴로 손님들을 '편하게' 잘 대해주었다. (어떤 의미에선 '뛰지 않도록' 해준 것(?)도 관객들을 '편하게' 해준 셈~) 한 번씩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친구 어머님께서 주시는 맛있는 과자도 먹고 어릴 적 사진들도 보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듯, 적군의 방에서도 그런 즐겁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그가 들어오기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커피는 아쉽게 다른 손님한테로 넘어갔지만 (즉석에서 한 명을 뽑아 적군이 직접 커피를 잔에 따라주고, 싸인이 적힌 컵 받침까지 선물로 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내가 갔던 날은 손수 '플랜카드'를 만들어온 팬에게 '이런 거 정말 오랜만에 본다, 사실 처음 들어올 때부터 눈에 확 띄었다'며 커피 증정식(?)이 있었다ㅡ아래 사진), 고등학교 때 만들었다는 그의 첫 작품, '어린 사랑'을 들으며 그의 순수했던 과거(?)를 돌이켜보기도 했고 (그때가 89년도였다는데, 적군의 방에 온 손님들 중에는 '89년생'도 있었다. 다른 날 공연에선 그 89년생에게로 커피 잔이 돌아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듣고 "머리가 뻥 뚫리는 것 같았다"는, 그래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는 들국화의 곡도 그의 목소리로 들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음악적 끼를 물려주셨다는 아버지께 바치는 곡,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부르던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가슴이 뭉클해졌다. 특히나 그의 방을 마지막으로 찾았던 사람들은 적군의 아버님을 직접 뵙고 아버님의 노래까지 듣는 감동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몽상적>(夢想笛)의 몽'想'인(夢상人) 게시판(freeboard)에 플랜카드를 만들어오셨던 주인공 *은수*님께서 올려주신 사진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웃고 떠들고 하다보니, 어느새 '세 시간'이ㅡ정말로 두 시간도 안된 줄 알았는데ㅡ훌쩍 지나버렸다. 항상 숨을 헉헉거리며 땀에 젖은 채 그를 만났던 손님들은, '따뜻'하고 (이전에는 '따뜻'한 걸 넘어서 '뜨거웠다'는 표현이 정확할듯) '다정'한 적군과 함께 유쾌한 시간을 보내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누린 데에 대단히 만족한 모습들이었다. 말그대로 (애초의 '기대'도 제법 컷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고 해야 하나.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너무 아쉬워, 주인도 손님도 그 자리에 '선' 채 (그러니까 결국, 그의 콘서트에서 과연 '앉아만' 있는 게 가능할까 고개를 갸우뚱하던 팬들은, 아무래도 그럴 순 없다는 결론을 내린 셈) 끝날 줄 모르는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입춘을 넘겼지만 여전히 춥기만 한 이 겨울날, '따뜻했던 적군의 방'을 그리워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정말 간절하게..... '그의 방'에 한 번만 더..... 가고 싶다....... <적군의 방 2005>
- 일시 : 2005년 2월 17일(목) - 21일(월) 평일 8시 / 주말 7시 - 장소 :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대학로) - 가격 : 전석 50,000원
* 게스트 : 다이나믹 듀오, 두번째 달, 재주소년, 스타피쉬(김도연), Jp, Ray 강(강세일), 토마스쿡(정순용), 정지찬, etc.어느 날 누가 나오는지는 재미로 비밀이라네요. 포레스트 검프의 어머니의 말씀을 빌자면, "콘서트 게스트는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어떤 것을 집을 지 알 수 없다."나요...^^* 이적 개인 홈페이지 <몽상적(夢想笛)> : http://www.leejuck.com (회원가입 필요)☞ 자세한 공연 정보 및 예매하기 (인터파크) * 이 글 첫 부분에 대한 보충(?) 설명 *< '지난여름에도 봤잖아, 그때랑 별 다를 게 없을 텐데'>에서 '지난여름' : 20030802~20030803 이적 첫 번째 단독 콘서트 <경2적> (이 때는 나름대로 '첫' 콘서트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첫 날' 보러감)
<'맞아, 실은 지난겨울에도 거절했다가 후회했었잖아'>에서 '지난겨울' : 20031224~20031225 이적 콘서트 <크리스마스 판타지> (공연 중간 중간 적군이 직접 지어낸 '피리부는 소년 이야기'를 JP 김진표의 나레이션으로 들려주었던 공연. 이때만 해도 서울에 있을 때였는데...... 아직도 후회스러움)
<모른척할 수만은 없었다.> = 티켓을 예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 표를 끊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방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는데> = 무대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는데
<문 소리> = 팬들의 박수와 함성 소리 +) <적군의 방 2005> 공연은 정말 간절하게 너무나도 가고 싶지만, 못 갑니다...흑흑흑 ㅜ_ㅜ;;;
+2) 혹시 가고 싶은 분 계신가요? 예매 일주일도 안돼서 티켓 3/4이 팔렸다고 들었습니다만... (하루만에 예매 1위하고 그랬었다는군요) 이번 공연장은 뒷자리의 전망과 사운드도 매우 좋다고들 합니다.
+3) 이딴(?) 포스팅, 괜히 했다 싶은 생각이 마구 드는군요. 더 가고 싶어졌어요!! ㅠ_ㅠ;;; +4) 이번 여름에 나올 패닉 4집이나 기대해보렵니다. '전국 투어' 콘서트와 크리스마스 공연까지 계획중이라니, 잘 하면 DVD도 나온다니, 그걸로 위안을 삼으며......
# by 시진이 | 2005/02/13 14:26 | 세엣, 공연은 어때?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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