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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복수다. 남들은 몰라도 우리 모비스 식구들은 안다. 1년이 넘도록, 우리는 '복수의 칼'을 갈아왔음을. 이번 시즌 내세운 목표인 '통합 우승'도 알고 보면 속뜻은 '삼성 격파'에 있다. 지난 시즌 넘지 못한 벽도 우승이 아니라 삼성이었다. 정규시즌 1위. 매직넘버를 남겨두고 끝까지 삼성과 겨루긴 했지만 직접적인 대결은 아니었다. 6개월 간 다른 모든 팀들과의 경기 결과로 결정되는 거니까. 결국 모비스는 '그 어렵고 대단한' 일을 해냈지만, 삼성과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는 이기지 못했고, 어쩌면 가장 불리한 대진운을 뚫고 챔피언전까지 진출했지만(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 뒤지던 전주 KCC와 4강전을 벌일 때 모비스 팬들조차 승리를 장담치 못했다. 홈에서 1승1패를 하고 적지로 떠날 때는, 대부분 포기해버렸던 것도 사실이다. '전주'에서 우리는, 단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냈다. 그러나...), 결국 삼성이란 벽은 넘지 못했다. 챔피언전 사상 유례없는 4전전패 기록.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삼성의 우승은 '당연'한 결과였고, 모비스는 거기까지 간 것도 '기적'이라 할 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모비스에겐 '1승'이 그토록 목말랐다. 이번 시즌도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첫승을 기다리다 이제 4연승을 달성했지만, 삼성을 상대로 거둔 '1승', 우리가 진정 기다렸던 것은 오늘의 승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1라운드 남은 경기를 다 이겨봐야 '6승'이라던 유재학 감독은 1라운드 목표를 '5~6승'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유 감독은 오늘 삼성전을 고비로 봤다. 오늘을 준비해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선수들도, 홈구장을 찾은 팬들(을 포함, 티비로 응원하고 있었을 모든 팬들)도 마찬가지. 우리는 지난 4월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무참히 짓밟혔던 그 4월을.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나란히 3승3패를 기록하며 승률 5할, 순위도 같다. 누가 올라가고 누가 내려가느냐. 누가 연승을 이어가고 승률 5할을 넘어설 것인가. 삼성은 장신 센터 오예데지가 부상으로 빠지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지난해 챔피언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조직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오로지 일대일 공격에만 의존했다. (서장훈도 지 승질 땜에 자멸하고 강혁 혼자 너무 불쌍해보였다..) 어차피 2,3쿼터는 이번 시즌부터 용병 한 명밖에 쓸 수 없고, 득점기계 존슨과 서장훈 이규섭 등의 '높이'를 보유한 삼성이 오예데지 하나 때문에 그랬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오예데지가 빠지기 전에도 성적이 그리 좋질 않았던 걸 보면 확실히 문제가 있는 듯. 이유야 어쨌든 삼성이 우물쭈물하는 틈을 타 모비스는 홈팬들에게 한바탕 신나는 '쇼'를 보여주며, 시종일관 리드를 지켜 나갔다. 막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막을 수가 없는 윌리엄스, 오늘은 (평소 시도조차 잘 안하는) 3점도 두 방이나 넣었다. 부상 이후 한 경기 한경기를 정말 결승처럼 임하고 있는 것 같다. 초반 3연패는 자기가 채워놓겠다는 듯이. 이 선수에겐 그런 '강한 책임감'이 있어 믿음직스럽다. 우리 선수의 슛이 어딘가 불안해 보일 때 어김없이 뒤에서 받쳐주는 버지스, 센터 부재에 허덕이던 모비스가 이제까지 데려온 용병 중 가장 '든든한' 이 장신 센터는 미들슛이나 3점슛도 곧잘 넣는다. 처음엔 그냥 찬스가 나서 쏘는 줄 알았는데 꽤 정확도도 높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찬스에서만 쏜다. 센터의 기본역할에 너무나 충실. 든든하다. 아, 이 두 용병의 이름이 똑같이 '크리스'다. 든든한 크리스들. 오늘 경기를 끝으로 잠시 팀을 떠나게 되는 양동근.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의 파이터' 말고 다른 닉네임을 지어줘야 할 것 같다. 그는 정말 '바람'보다 빠르다. 상대편 손에 패스가 가 닿기도 전에 어디선가 나타나선 순식간에 맞은편 골대로 날아가버린다. 다들 포기한 공도 끝까지 살려내기 위해 저 멀리서 '날라' 온다. (특히 오늘 치어리더 품속으로 날아가며 상대편 이정석에게 공을 맞춰 터치아웃시킨 장면은 정말 good~ 어제도 상대 선수가 내려치는데 그대로 날아 올라 슛성공, 추가자유투까지.. 그때 상대 선수가 너무 심한 파울을 해서 인텐셔널 파울까지 받았을 만큼 꽤 심각하게 목이 뒤로 넘어가며 엎어져선 꽤 오랫동안 널부러져있었는데 한참 뒤에 얼굴 뻘개진 상태 그대로 일어나선 그 선수한테 애교?부리던 모습.. 참 그런 모습 보면 기특해 죽겠다니까) 신인 때부터 '무조건' 열심히 하고, 어떤 경우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살신성인의 자세, 게다가 슛 적중률도 매우 뛰어난 '공격형' 가드. 그가 아무리 '정통 포인트가드로서의 자질' 문제로 입에 오르내려도 '어쨌든' 그는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이런 양동근이 대표팀으로 차출돼 떠나는 건 분명히 팀전력 손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또 하나의 기회로 만들자. 양동근이 계속 팀에 있었다면 나오지도 못했을 신인 김학섭. 정통 포인트가드라는 이 선수는 한양대 시절부터 양동근의 빛에 가려있었다. 이번에도 모비스에 오게 됐지만 가드 출신인 명장 유감독 밑으로 오게 된 것은 본인에게도 행운일 수 있다. 유감독 역시 아시안게임을 생각하고 픽을 했을 게 분명. 1,2분 잠깐 나오는 모습만 봐도 날카로운 모습이 꽤 맘에 든다. 가드가 없어 허덕이던 지지난 시즌 모비스, 그때 신인 양동근은 팀 잘 만난 덕에 출장시간 보장받으며 나날이 성장했고 결국 신인상, 다음해 MVP까지 받았다. 김학섭도 신인이지만 오히려 양동근 자리를 넘보며 주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요즘 LG의 이현민이 신인선수로는 꽤 돋보이는데, 양동근이 없는 동안 좋은 활약을 한다면 신인상 자리도 겨뤄볼 만하다. 다음, 우지원. 외모 때문에 실력까지 평균 이하(는 아니지 않나. 최고는 아직 아니라고 보지만..)로 취급받고 주전에서까지 밀려나며 개인적인 설움도 컸을 터.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우지원에게는 약이 됐다. 스스로 한 발 나아가게 만든 계기가 되어, 이제 '약점'으로 지적받던 것들은 오히려 '장점'이 되고 있고 ㅡ 수비, 느린 발, 돌파능력...최근 경기를 보면 오히려 돋보인 부분이다. 리바운드, 블록, 스틸, 속공...해설자도 내심 놀라워하며 칭찬했던 부분 ㅡ 여전히, 누가 뭐래도 그만의 '무기'인 3점의 위력(위력1: 무서울 만큼 굉장히 큰 힘, 위력2: 크고 위대한 힘)은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이번 시즌 거의 모두 2쿼터 중반즈음 투입되었는데, 이때 나와서 던진 3점이 대부분 '첫슛'부터 들어가며 시작을 했다. 거리도 조금 무섭다 싶을 만큼 '멀다'. 근데 이게 우연이 아니라 여러번이다. 인터뷰에서 그것이 의도적이었음을 밝혔다. 자신에겐 항상 밀착 수비가 뒤따르므로 아예 라인에서 두세 걸음 떨어져 연습 많이 했다고. (이런 건 5점 정도 줘야 해..) 오늘? 첫슛만 성공한 게 아니라 아예 처음 '세 번 시도, 모두 성공'했다. (해설자가 두 번째 들어갔을 때 이 선수 어제까지도 18개 던져 10개나 들어갔는데 2개 다 들어갔으니 성공률 많이 올랐겠네요~ 하자마자 다시 또 들어갔다; 허허허~ 웃던 해설자~ 나만큼이나 놀랐겠지..; 다음 두 번은 실패해서 3/5) 지난 시즌 성공률 50%로 시즌 중반까지 1위 자리를 지켰는데 이번에도 초반 여세를 몰아 진정한 '우지밀러'(라는 별명은 성공률 50%가 기사화되자 네이버 댓글에서 생겨났음..)로 거듭나길.(현재까지 3점성공률 54.17%. 다른 선수들 성공률 보니 김성철/조상현도 완전 괴물이네.. 각각 57%, 60% +_+;; 그 위에 있는 선수들은 성공갯수가 10개 미만이라 언급 안하겠음.) 삼성에게 많게는 20점 넘게, 좀 좁혀진다 싶어도 '14점' 안으로는 절대 내주지 않던 모비스의 최근 경기를 생각해보면 3연패 이후 네 경기 모두 다 그랬다. 전자랜드, KT&G, KCC, 삼성전 모두 2,3쿼터에 점수차를 스무 점 이상 벌려 놓고, 10점대로 들어온다 싶으면 다시 또 무섭도록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 어떤 경기도 마음 놓고 편하게 보진 못했는데, 농구를 몇 년(?) 봐온 내 경험상 농구에서 10점차는 '한점 차'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렇다. 적어도 5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을 땐 '정말' 그렇다. 3분 정도 남으면 한 5점?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던 모비스는 2,3분을 남겨두고도 열 다섯 점 이상을 이기고 있을 때야 비로소 주전선수들을 하나둘 교체해준다. 정말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앞의 세 경기 모두 막판에 김효범, 김학섭 등의 신인들이 경기를 이끌었다. 세 경기나 연속으로. 그러나 오늘은 그런 '가비지 타임'이 없었다. 큰 점수차에도 1분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감독도 그랬고 팬들 그랬다. 상대가 그 누구도 아닌 '삼성'이므로. 그만큼 엄청난 '벽'이었던 삼성을 오늘 이김으로써 기분좋은 4연승을 이어나갔다. 그래, 어제는 '전주'에서 처음으로 승리를 거두었고(플레이오프때 한번 이겼지만 정규시즌에서는 처음..이라 공식 기록이 됨..), 원래부터 강한 면모를 보였던 KT&G에게는 역시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강한 팀에게는 변함없이 강한 모습을, 힘든 상대에게는 악착같이 달라붙어 포기하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팀이 바로 모비스다. 아마도 초반 3연패를 당했던 건 윌리엄스의 부재도 문제였지만 (언제도 말했지만 선수들이 좀 이상했음..;;) 그보다는 '지난 시즌 우승팀'이라는 사실을 너무 강하게 의식하고 오히려 긴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3연패 후 4연승, 그것도 매번 '스무 점 차'의 대승을 거둔 모비스는 작년에 매직넘버 하나를 남겨두고 꼴찌팀과 경기를 하면서 '이 경기만 이기면 정규리그 1위'라는 사실을 신경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던 탓에 오히려 몸이 굳어 1쿼터를 믿을 수 없는 스코어로 끌려다니다가 순간 정신 번쩍 차리고 2,3,4쿼터 집중적인 공격을 퍼붓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확실히 이번 시즌은 전보다 강해졌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모비스는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높이를 버지스로 보강했으니까. (용병 교체로 맘고생하며 우왕좌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니 올해가 복수를 할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오예데지 부상, 서장훈 이규섭 차출? 어쨌든 그런 이유가 승패의 사실을 바꿔놓진 못한다. (바로 지난 시즌 우리가 수만 가지 핸디캡을 떠안고 '패'했어도 결국 '패'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무도 보상해주지 못한다) 가능하다면야 4전전패를 이번시즌 전승으로 되갚아주면 더 좋겠고, 그렇게 해서 진정 두려울 것 없는 '챔피언' 모비스가 되길 바란다. 언젠가 고비는 또 찾아 오겠지만 이겨내면 된다는 믿음으로. ...여기까지, '4연승'이라는 사실에 혼자 너무 들떠서는 '4연승해서 기분좋다!'를 이렇게나 길게 길게 쓴 시진이었습니다ㅎㅎㅎ;;; ▼ 앞에선 칭찬 일색이었다면, 이어지는 덧글은 불평불만 일색임을 미리 밝혀 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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